팀은 감정을 갖고 있는 유기적 시스템입니다.

만일 누군가가 저에게 팀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의미 있고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것을 보았을 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문가'라 불리는 외부 사람은 그저 도울 뿐 팀이 스스로 자신을 '진단'하고 '처방'하고 그 처방에 따라 '실천'하여 지속 성장을 하는 '팀'이 된다면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이야말로 세상 무엇보다 행복한 순간일 것입니다.

팀을 굳건히 하고 지속성장하는 팀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팀'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팀들과 함께 할 때마다 느껴지는 팀에 대한 저의 관점이 있어 공유를 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팀은 감정과 감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팀 효과성과 팀 리더십, 그리고 감성지능의 전문가인 바네사 어치 드러스캣 박사는 그녀의 동료인 스티븐 울프와 함께 쓴 '팀 내의 집단감성을 긍정적으로 이끌어라'라는 기고문에서 팀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세 가지 환경으로 구성원들간의 상호신뢰감, 집단정체성, 집단효율성을 언급하였습니다. 또한 그녀는 팀이 성과를 최대한 발현하기 위해서는 위의 세가지를 키워줄 수 있는 집단감성지능의 규범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조언하였지요.

팀과 함께 현안을 헤쳐 나가다 보면 팀 내에 흐르는 미묘하고 은근한 "집단감성”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저는 그러한 집단감성의 긍정성과 부정성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비교분석하거나 추적조사한 사례가 없어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빈약하고 현재는 저만의 주관적 경험의 영역에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집단감성이 건강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을 비교했을 때 건강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에 책임과 주도성을 갖고 임하는 모습을 보곤 했습니다.

둘째, 팀은 유기적 시스템입니다. 많은 팀들이 표면적으로 팀의 업무체계가 미비하다거나 각자의 역할이 모호하다거나 내가 갖고 있는 권한은 거의 없고 책임만 많아서 실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거나 소통이 어렵다는 등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지만 그 이면으로 들어가서 원인을 파악해 보면 회사마다 또 문화마다 같은 문제에 대한 원인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회사 내의 두 팀이 같은 문제를 호소해도 그 이면의 원인은 팀마다 다를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어떤 하나의 원인은 그 하나만의 독립적인 원인인 경우는 거의 없고 팀이 갖고 있는 현실과 업무, 리더의 성향, 내부 문화등 팀의 거의 모든 부분과 연결되어 있어서 우리가 인지하던 못하던 서로간에 크고작은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셋째, 팀의 성과에는 팀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암묵적 '인식'이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조직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브라이언 J. 로버트슨은 그의 저서 홀라크라시에서 '3천만원짜리 차도 스스로 결정하고 구매하는 사람이 조직에서는 3만원짜리도 스스로 구매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많은 부분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입사하는 그 순간부터 퇴사하는 그날까지 설득하고 소통하고 조율하고 조정하는 가장 중요한 대상은 상사이거나 아니면 CEO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분들이 중요시하는 기준을 파악하고 그 기준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팀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한국처럼 팀 운영 방법이 '야구형팀'인 경우에는 팀장과 팀원간의 소통은 업무에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그 본질인 '소통'과 '조율, 조정'에서 팀원들이 팀장의 말을 '지시'로만 받아들이는 문화가 팀 내에 형성되었을 때 생깁니다. 이러한 암묵적 문화가 생성되는 순간 팀 구성원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자존감을 상실하고 많은 문제를 '환경'과 '조직' 탓으로 돌리곤 한다는 것이지요.

계속 강조하듯이 팀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는 팀이 중심이 되어서 팀 스스로 진단하고 원인을 찾고 해결 방법을 선택해서 팀이 함께 실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러한 관점의 첫 발은 팀이 문제해결의 주체이고 주인이며 중심이라는 것을'인식'하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이런 “인식”의 전환 과정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고 때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런 분위기와 문화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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